바둑계의 거장 조훈현 9단 VS 이창호 9단, 창과 방패의 대결

2026. 1. 15. 09:44부자에 대한 공부/성공한 부자들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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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서사로 꼽히는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관계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자, 스승의 세계를 제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너뜨린 거대한 사건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스타일 차이와 이창호 9단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정리해 드립니다.


1. 두 거장의 바둑 스타일 비교

구분 조훈현 (전신, 제비) 이창호 (신산, 돌부처)
기풍 공격적·감각적. 빠른 수읽기와 화려한 행마가 특징 수비적·계산적. 두텁게 참으며 후반을 도모하는 스타일
속도 전성기 시절 '제비'라 불릴 만큼 착점이 매우 빠름 신중하고 느리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
강점 상대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전투력 0.5집을 남기는 완벽한 끝내기형세 판단

2. 이창호는 어떻게 스승 조훈현을 이겼나?

이창호 9단의 승리는 단순한 기량 향상을 넘어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꾼 결과였습니다.

① '전투' 대신 '계산'의 시대를 열다

조훈현 9단은 화려한 전투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창호는 스승의 날카로운 칼날을 **'두터움'**으로 받아냈습니다. 무리하게 싸우지 않고 조금씩 손해를 보는 듯하면서도, 마지막 끝내기에서 정밀한 계산(신산)을 통해 단 0.5집이라도 반드시 이기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조훈현은 "분명 내가 이기고 있는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면 져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② 스승의 '심리'를 무력화한 포커페이스

조훈현은 상대의 '기세'와 '심리'를 흔드는 데 능했습니다. 그러나 이창호는 대국 내내 표정 변화가 전혀 없는 **'돌부처'**였습니다. 스승이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으니, 오히려 공격하던 조훈현이 조급함에 실수를 범하게 되는 심리적 역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반상무인(盤上無人)'의 자세

이창호는 바둑판 위에서 상대를 보지 않고 오직 바둑알만 보았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스승이든, 세계 최고의 기사이든 상관없이 가장 정수(正手)만을 찾아 두었습니다. 조훈현 9단은 훗날 **"창호는 내가 가르친 대로 두지 않고 자신만의 바둑을 두었기에 나를 이길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3. 역사적 의미: 내제자 제도가 낳은 '청출어람'

두 사람은 1984년부터 1991년까지 한집에 살며 스승과 제자로 지냈습니다. 조훈현 9단은 제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고, 이창호는 그 가르침을 흡수한 뒤 스승의 약점(후반 집중력과 정밀함)을 공략하는 새로운 바둑으로 스승을 넘어섰습니다.

1990년, 이창호가 스승으로부터 최고위 타이틀을 뺏어온 것을 기점으로 한국 바둑의 패권은 제자에게로 넘어갔으며, 이는 곧 전 세계 바둑계의 '이창호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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