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3. 15:15ㆍ인문학에 기반한 투자 철학/인문학 공부
사람들은 삽십육계라고 하면 '삼십육계 줄행랑'을 떠올린다.
그리고 '손자병법'과 혼동하여 같은 이야기로 대다수가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삼십육계는 작자미상으로 구전되어오는 실용적인 병법이며,
전쟁과 같은 현실세계 속에서 활용할 수 있다.
무미건조한 도덕적인 교훈보다 유용한 계책들을 제시한다.
' 병전계 '
아군에게 적용되는 전술.
제25계 투량환주(偸梁換柱) -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도 바꾼다.
투량환주는 투천환일 혹은 투룡전풍 등으로 불린다.
협의적인 해석으로는 위와 아랫사람을 속여서
정권을 농락한다는 의미이고, 광의적인 해석으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가짜로 대치하는 것을 말한다.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하고 계속 태자를 정하지 않자
궁중 내에 태아 옹립을 위한 두 세력이 대립하게 되었다.
하나는 장자인 부소와 몽염 장군을 중심으로한 세력과
어린 왕자 호해와 환관 조고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었다.
부소는 공손하고 인자했으며 정직해 온 국민이 존경했던 인물이었다.
진시황은 원래 부소를 태자로 삼을 요량으로
그를 단련시키기 위한 북방 전선을 책임지고 있었던
몽염에게 감군의 자격으로 파견했었다.
반면 어린 아들 호해는 환관 호고의 비오 아래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라, 먹고 마시고 놀 줄만 알았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의 5차 남순을 시작하여 평원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몸져누워 일어날 수 없었다.
이 때 진시황은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급히 승상 이사를 불러
부소를 태자로 옹립하라는 밀조를 내렸다,
그러나 당시 조서를 관장하는 중책을 담당했던 인물은 바로 환관 조고였다.
조고는 오래전부터 야심을 키워와 썬 인물이라,
진시황이 이사에게 내렸던 밀조를 보관만 하고 발령을 내리지 않았다.
며칠 후 진시황이 사구에서 유명을 달리하자, 이사는 태자 부소가
등극하지 전에 진시황이 붕어한 사실이 알려지면 전국이 혼란해질 것을
두려워하여 진시황의 사망 소식을 비밀리에 부쳤다.
이때 조고는 이사를 찾아가서,
"황제가 내린 밀조는 아직 내 손에 있소이다.
지금 태자를 누구로 결정하느냐는
나와 당신 손에 달려 있소!"라고 하였다.
이사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자,
조고는 이사에게 태자 옹립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
"만약 부소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몽염을 중용해
승상의 자리에 앉힐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당신의 승상 자리를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을 것 같소?"라고 하자,
이사는 결국 조고와 공모해서 진시황이 내린
밀조를 위조해 부소와 몽염에게 사약을 내렸다.
조고는 군대는 한 명도 움직이지 않고 투량환주의 수법을 사용하여
무능한 호해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고
앞으로의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게 되었으나, 이로 인해 어렵게 통일을 이룩한
진시황의 위업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여러 차례 우군의 진용을 바꾸고,
암암리에 그 주력을 다른 곳으로 빼 돌린다.
그 주력이 실패할 때를 기다려 권력을 장악한다.
마차 바퀴를 제어함으로써 마차의 운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제26계 지상매괴(指桑罵槐) -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한다.
'지상매괴'란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에 대해
공개적으로 욕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 울분을 다른 대상을 통해 우회적으로 발산하는 방법이다.
즉,한 사물이나 허구적인 어떤 형상을 빌어
화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표면적으로는 다른 것을 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다.
노신의 [광인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어제 길가에서 그녀는 아들을 때리면서
입으로는 '이 늙은 놈아!
내가 네놈을 물어뜯어야 화가 풀리겠다.!'
라고 말하면서 눈으로는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여인이 당시 어떤 심정이었으며, 입과 눈
그리고 말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지상매괴'이다.
일단 정면적인 충돌을 피한 측면적인 공격수단을 말하며
비평보다는 강하지만 심한 욕보다는 완곡한 방법이다.
그 표현은 비평처럼 그렇게 냉정하지도 않고
심한 욕처럼 그렇게 적나라하지도 않다.
직접 면전에서 대놓고 날카로운 언변을 구사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들어서 화가 치밀어 이를 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에 반격할 만한 증거가 없어
'죄인'이란 누명도 쓰지 않는다.
공자는 "나는 풍을 따른다!"라고 했는데 여기서의 풍이란
바로 '풍자'를 의미한다. 상징적인 수법으로 넌지시 비꼬는 것은
'지상매괴'의 제일 높은 기교이자 가장 훌륭한 수단이 된다.
효과는 상대방이 어렵다고 판단하게 해서,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어 우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을 잘 활용하면 욕심이 많은 자도 청렴해지게 만들 수 있고,
나약한 사람도 분발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데,
그 잠재능력을 자극해 주기 때문이다.
강자가 약자를 설복시키는 방법으로는 경고의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적당히 강경한 방법은 상대방이 순응하도록 만들 수 있고,
과감한 수단을 강구하면 순종하도록 할 수 있다.
제27계 가치부전(假痴不癲) - 어리석은 척하되 미친 짓은 하지 마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호랑이로 분장하여 돼지를 잡아먹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돼지로 분장하여 호랑이를 잡아먹는 사람이다.
호랑이로 분장하여 돼지를 잡아먹는 사랑은 재능과 지위가 높지 않아
무서운 분장으로 위풍을 드러내 남을 위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돼지로 분장해 호랑이를 잡아먹는 사람은 이와 반대이다.
본래 자신은 호랑이처럼 영웅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으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멍청한 모습을 하고 상대방을 유인하는 것이다.
노자도 '큰 교활함은 마치 졸렬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공자로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것과 같다.'라고 했다.
그 뜻은 학문과 수양이 높은 사람은 자연에 순응하여
큰 그릇을 형성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아,
겉으로 보기에 어리석은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돼지로 분장을 해 호랑이를 잡아먹는다.'는 의미는?
호랑이를 잡을 때 힘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 없어 돼지처럼
분장하고 돼지 소리를 내어 유도한 다음,
가까이 왔을 때 기습적으로 일격을 가해 죽이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수법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공격이거나 적의를 전혀 나타내지 않고 겉으로
매사에 순종하는 태도를 취하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입가에는 웃음으로
위장하여 상대방이 전혀 경계하지 않도록 하다가,
일단 기회가 왔을 때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방법이다.
우두커니 모른척하고,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하는 척한다.
아는 척하거나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역경이 불어 닥치면 자신의 뜻을 밖으로 나타내지 말고
암암리에 계획하고 헤쳐 나가야 한다.
제28계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으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운다.
이 상옥추제는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동한 말년 형주자사 유표의 아들 유기는
계모의 위해가 두려워 유비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유비가 제갈량에게 도와주라고 하자,
제갈량은 유기의 집으로 찾아갔다.
유기는 제갈량에게,
"계모가 여러 차례 나를 해치려고 하는데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라고 묻자,
제갈량은, "이 일은 모자간의 일이라,
제가 간섭하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며 거절했다.
그러자 유기는 제갈량을 밀실로 안내해 술을 권하고 계속 대책을 물었으나,
제갈량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렇게 완강한 제갈량을 보고 유기는
"이 방 천장에 고서가 한 권 숨겨져 있는데,
선생께서 한 번 검토해 주심은 어떤지요?"라고 물었다.
제갈량은 독서를 좋아하는지라,
서슴지 않고, "좋지요!"라고 대답하고 다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다락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이었고,
책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유기는 바로 무릎을 꿇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로서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어 이런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저에게 한 가닥 활로를 열어 주십시오!"라고 하자,
제갈량은 화가 나서 다락방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그런데 올라올 때는 있었던 사다리가 없어진 것이었다.
그러자 또 유기는
"선생께서 우려하시는 것은 비밀이 누설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이곳에는 저희 둘 외에는 아무도 없고,
누구도 우리들의 말을 엿들을 수 없으니
계책을 하나 알려 주시지요!라고 애원했다.
제갈량은 하는 수 없이, "신생은 국내에 있어서 죽었고,
중이는 외국에 있었기에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마침 강하에 주인이 죽었으니 부친께
강하는 지키겠다고 청해 보심이 어떤지요?"라고 말했다.
이 계책을 들은 유기는 바로 유표에게 간청해 강하로 나갈 수 있었다.
훗날 이 상옥 추제가 군사상의 한 계책으로 채용되어
작은 미끼로 적을 유인한 다음 섬멸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고의로 우군의 파경을 노출해서 우군 깊숙이 들어오도록 유인하여
선봉과 후군을 단절시켜 완전히 사지에 빠져들도록 한다.
적의 끊임없는 욕심을 역이용하여 독이 묻은 고기를 먹도록 유인하고
스스로 징벌을 받도록 하는 방법이다.
제29계 수상개화(樹上開花) - 나무에 꽃을 피게 한다.
다른 말로 '허장성세'라고 불린다.
이는 일종의 고무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은 모습이다.
중국 속담에 '일부러 얼굴을 때려 붓게 만들어 살찐 것처럼 보이다'나,
헛배에 힘을 주어 배부른 척하는 것과 같지만,
전투에 응용하면 이처럼 체면 유지나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허장성세'는 상대를 미혹시키고 그 투지를 약화시키며
전투준비에 차질을 빚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압도적인 형세를 가장함으로써 상대방의 오판을 유도하는 수단인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가 용맹할 줄은 모두 잘 알고 있지만,
그에게 지모가 잇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이다.
유비가 군대를 일으켰을 초기에는 조조와 교전을 하며,
여러 차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표가 죽자 형주에서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었을 때,
조조는 군대를 이끌고 남하하여 완성에 이르렀다.
유비는 황급하게 형주의 백성들을 이끌고 강릉으로 피신하게 되었는데,
피난길에 오른 백성들이 많아서 행군의 속도가 느리고 조조의 군대는
급히 쫓아오는 통에 그의 처자들은
모두 난민들 속에 뿔뿔이 흩어져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유비의 군대가 조조와 접전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어 계속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장비에게 적의 추격을 늦추도록 명을 내렸다.
장비는 수하에 이삼십 명의 기병밖에 없어 도저히 조조의 대군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장비에게는 위기에 봉착해도 절대 굴하지 않는 욕기가 있었다.
불현듯 그의 머릿속에 기발한 계책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서 수하 이삼십 명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
나뭇가지를 잘라 말안장 뒤에 묶고는
나뭇가지를 끌고 여기저기를 달리게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긴 창을 들고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로 나가 위풍당당하게 딱 버티고 섰다.
추격병이 당도해 장비의 이 모습을 보고는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그리고 다리 동쪽 숲 속에서 흙먼지가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보고,
숲 속에 많은 군사들이 매복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추격을 멈추었다.
장비는 이삼십 명의 군사를 이끌고 수만 명의 조조 군들의 추격을 저지해
유비와 형주 군민들을 무사히 피난하도록 했는데,
이때 사용한 계가 바로 '수상개화'이다.
상대를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수단은 잔인하고 독할수록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계책을 사용할 때에는 다음과 같이 세 단계를 거치는데
위협, 기만, 분열 술이 바로 그것이다.
첫째 위협은 있지도 않은 전력을 부풀려서 적을 위협할 수만 있다면,
싸우지 않고도 적을 제압할 수 있어 최상의 계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는 두 번째 수단인 기만술을 쓰는 수밖에 없다.
종횡가나 각국 사신들의 유세에서부터
근대 정치사에 빈번한 정치공작에 이르기까지
이 기만술의 역사는 유구하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분열 술은 음모를 말한다. 모든 음모를 다 동원하여
상대방의 동맹관계를 흔들어 놓거나
그들의 조직을 분열시켜 주요 목표물을 고립시키든지,
서로 의심하고 싸우게 만드는 술책이다.
'수상개화'는 바로 이 세 단계 중 첫 번째 단계인 위협에 해당되는 방법이다.
위용을 통해 진용의 세를 과장하여, 병력이 약한 부대가
겉에서 보기엔 강력한 부대인 듯 위장한다.
기러기가 하늘을 높이 날다 깃털을 하나 떨어뜨리면
예식의 장식으로 활용하여 그 장중함을 더 할 수 있다.
제30계 반객위주(反客爲主) - 손님이 도리어 주인 노릇한다.
수동적인 위치에서 주동적인 위치로 전환해 권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을 말한다.
손님이란 지배를 받는 수동적인 위치로서
모든 것을 주인이 안배한 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 예의이자 원칙이다.
역으로 손님이 주인의 자리에 앉아 주인 노릇을 한다면,
주인은 손님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주권을 상실하게 된다.
주인은 권리를 빼앗겨 꼭두각시 같은 입장이 되고,
손님은 모든 권리를 장악해 주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이런 주객전도를 바로 '반객위주'라고 한다.
도둑 한 명이 두 동료들과 같이 밤에 부잣집을 털었다.
이 부잣집의 지붕으로 올라가 한 명은 밧줄을 타고 집으로 내려가
물건을 훔치고 두 명은 지붕에서 밧줄을 훔친 물건과
마지막에는 집으로 들어간 도둑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세 차례나 이렇게 물건을 지붕으로 실어 올려 보낸
도둑은 수확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미루어진
지붕에 있는 두 명이 더 이상 그를 올려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네 번째 물건을 올려 보낼 때 자신도 궤짝 속으로 들어갔다.
옥상에 올라가자 이 두 명은 예상대로
"이제 이만하면 됐네.
만약 집으로 들어간 놈을 끌어올리면
우리 몫이 줄게 되니 그대로 놔두세.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하고는 웃으면서 궤짝을 메고 도주했다.
한참을 가다가 이 두 도둑은 너무 지쳐
길가에서 쉬고 있었는데,
궤짝 안에 있던 도둑이 날이 밝아 행인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궤짝 속에서 큰 소리로,
"사람 도둑이오!"라고 소리치자
이 두 명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주위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들고
몰려오는 것을 보자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결국 궤짝 안에 있던 도둑은
문짝을 열고 밖으로 나와 유유히 모든 보물을 들고 사라졌다.
'반객위주'는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투쟁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사항이다.
주동적인 위치에 있을 때 대세를 장악할 수 있지,
피동적인 입장으로는 남에게 항상 이용한 당하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동적인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틈이 생기면 우선 발을 집어넣고, 점차 상대방의 중심부를 잠식해 들어간다.
순리대로 나아가야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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